야밤의  술꾼들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사랑받는 감자탕

맵고 영양이 풍부한 국물 음식인 감자탕, 인천 철도 건설 사업 이후로 서울과 한국 전 지역에서 명성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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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국물은 여름에 그다지 인기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감자탕은 그 예외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돼지 등뼈를 삶아 만든 음식인 감자탕은 한국에서 매우 사랑받는 메뉴이다. 감자탕은 메스꺼운 숙취를 이겨낼 수 있는 비법이며 해장국으로 불리기도 한다. 감자와 함께 육수에서 끓이는 부드러운 돼지고기는 파티에서 긴 밤을 보낸 이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감자탕은 전라도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라도는 농업이 번성했던 지역이다. 과거에 특별한 일이나 축제를 위해 국물 음식을 준비할 때는 돼지고기를 자주 사용했는데, 이는 당시 소의 가치가 매우 높아 도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소는 농업의 버팀목이었으며 주로 밭을 경작할 때 투입되었다. 한국에서 돼지고기가 큰 인기를 누리는 것 또한 이 때문일 것이다. 1899년 인천과 서울을 잇는 철도 건설 사업이 시작되었을 때, 많은 일꾼들이 전라도에서 인천으로 이주했다. 감자탕은 값싸고 영양이 풍부하며 지방 함유량이 높아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일꾼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음식이 되었다. 철도 노선 건설이 끝난 이후 수완이 좋은 한 사업가가 감자탕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개업했다. 이 음식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금세 한국 전역에 감자탕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많이 생겨났다.

감자탕이 바로 요리되는 곳의 모습 | 촬영 Daniel Thomas Faller

감자탕은 ‘감자’와 뜨거운 국물을 가리키는 단어인 ‘탕’을 합쳐서 만든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감자’는 국물에 매우 특별한 풍미를 선사하는 돼지 등뼈를 가리킨다. 돼지 등뼈를 하루 동안 삶아야 하기 때문에 감자탕 조리는 꽤 번거롭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뼈를 삶으면서 국물 표면에 황금색을 띠는 기름 덩어리가 생긴다. 이 기름 덩어리는 계속 걸러내야 한다. 이어서 이 고기 육수에 된장, 고춧가루, 마늘, 양념 그리고 감자를 넣는다. 감자탕의 유일무이한 향미는 들깻가루를 넣었을 때 나타난다. 이 들깨는 흙냄새와 비슷한 풍미가 있으며 일반적인 참깨와는 다르다. 마지막으로 깻잎과 파를 국물에 넣고 한 번만 더 끓이면 감자탕이 완성된다.

감자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기 육수이다. | 촬영 Daniel Thomas Faller
돼지 뼈는 깨끗하게 씻고 몇 시간에 걸쳐 삶는다. | 촬영 Daniel Thomas Faller

김금희(50) 씨는 감자탕 요리의 비법을 가장 잘 아는 한국인 중 한 명이다. 김금희 씨는 몇 년 전 서울 외곽에 위치한 도시인 안산에 ‘김금희감자탕’이라고 하는 감자탕 전문 식당을 열었다.

감자탕 집을 개업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하고 싶어서 했다기 보다는 할 수밖에 없었어요. 저는 회사 경리로 일했지만 제 딸인 여원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직장을 구할 수가 없었어요. 여원이가 자라면서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전 일을 해야만 했어요. 학비가 굉장히 비싸서 새로운 수입원을 찾아야만 했거든요. 이때 내 식당을 차려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항상 집에서 요리를 했고 우리 가족들은 제 음식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내 가족과 친구들이 좋아한다면 다른 사람들도 내 요리 실력을 좋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2011년에 첫 식당을 열었습니다.

김금희 씨와 딸 여원 씨. | 촬영 Daniel Thomas Faller

계산기와 컴퓨터 대신 고기 써는 칼과 국자를 잡게 되신 거군요?

그렇다고 할 수 있지요. 국자는 많이 다뤄본 도구였어요. 하지만 고기 써는 칼은 큰 난관이었습니다.

왜죠?

감자탕을 조리하려면 많은 양의 고기가 필요해요. 저는 먼저 고기를 제대로 구입하고 처리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약 1년 동안 계속 새로운 레시피와 아이디어를 시도해봤고 이를 통해서 감자탕에 필요한 기술을 배울 수 있었어요. 이때 제 가족이 저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었습니다. 가족은 비판적인 손님 역할을 하면서 종종 제 음식을 맛보아 주었어요.

지금 저는 고기를 부위에 따라 어떻게 써는지, 또 육수를 얼마나 오래 끓여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어요. 완벽한 저만의 레시피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 사실이 굉장히 자랑스럽습니다.

패스트푸드의 시대라고 불리는 오늘날에 감자탕 같은 한국 음식이 여전히 인기가 많나요?

감자탕은 패스트푸드와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젊은 손님들한테 인기가 많아요. 감자탕이 술과 잘 어울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김금희 씨는 언제나 새로운 메뉴를 만든다. | 촬영 Daniel Thomas Faller

메뉴판을 보면 다른 메뉴도 있는 같은데요.

우리 집은 감자탕을 전문으로 합니다. 하지만 저는 계속해서 다양한 종류의 감자탕을 시도해보고 있어요. 지금은 묵은지와 파김치를 활용한 새로운 메뉴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조합을 좋아하는 한국인이 많기 때문에 메뉴가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주변 지인들도 이 새로운 메뉴를 먹고 좋아했어요.

Daniel Thomas Faller

다니엘은 샤우플라츠 코리아 매거진의 창립자이자 편집장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입니다. 그는 스위스 출신으로 서울에 거주하는 한국 애호가입니다. 다니엘 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고 시각 예술과 사진에 열정적입니다. 그리고 그는 막걸리에 유혹당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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